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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진씨가 그린 ‘회복된 마음’의 모습. 수많은 동식물이 놀러 오는 호수 같은, 또 넝마가 되어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여분의 방이 있는 마음의 공간. 모유진씨 제공
열다섯살이 되던 해, 나는 산산조각 부서졌다. 눈 밑은 검푸르게 멍이 들었고 몸 곳곳에 긁히고 부은 상처들이 자리 잡았다. 지난밤의 흔적이었다. 단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그나마 남아 있던 삶의 모든 질서가 깨진 기분이었고, 꿈들이 날카로운 조각으로 변해버렸다. 그 자리에서 조금만 움직이려 하면 조각들이 흉기처럼 나를 찔러댔다. 온 동네와 학교에 순식간에 소문이 퍼졌다. 나 바다이야기2 를 바닥으로 내던진 사람들이 아닌, 내 이름이 유명해졌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문자가 폭등하면서 방명록은 욕이 도배되었다.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 학교에서는 점심도 거른 채 엎드려 잠을 청했고, 일부러 얕보이지 않으려고 거칠게 행동했다.
한동안 시간을 되돌리거나, 입양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상상에 자주 빠져들었다. 자기 전, 릴게임꽁머니 눈을 감으면 상상 속 멋진 어른이 내게 말을 걸었다. “유진아, 너를 만나기 위해 왔어. 나랑 가자, 너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야.” 그 어른은 내가 숨어 있는 벽장 속이 아닌, 깨끗하고 포근한 방을 안내해주었다. 이불은 도톰하고 부드러웠고 섬유유연제 향이 풍겼으며, 바닥은 끈적임 없이 매끈했다. 나는 현실이 두려울 때마다 상상 속 내 방으로 도망쳤 뽀빠이릴게임 다.
모든 게 잠시 멈춰야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계획을 세울 텐데, 새로운 날들은 정신없이 밀려들어왔다. 아침에 꿈에서 깨고 현실이 찾아오는 순간마다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난하거나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을 옮기는 사람들을 피해서 나는 자주 버스를 타고 어디든 갔다. 종종 마포대교로 가서 위로하는 문구들 야마토게임다운로드 을 읽곤 했다.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 힘으로 살아라’라는 말을 듣고, 용기를 확인해보고 싶어 한강 다리에 갔지만, 나는 죽을 용기조차 없었다.
이리저리 헤매던 마음이 정착할 곳을 찾은 때는 고등학생이 되던 무렵이었다. 우연히 빨간 버스를 타고 강남역에 내렸고, 교보문고에 들어갔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부터 부모와 함께 온 어린아이까지 책 릴게임무료 을 읽는 모습을 보며 오랜 긴장을 조금 풀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모두 한쪽에 기대거나 쭈그려 앉아 책에 시선을 둘 뿐이었다. 나도 책 하나를 꺼내서 바닥에 앉았다. 마음에 드는 문장은 노트에 옮겨 적고, 그 순간 드는 감정과 생각들을 주석처럼 달았다. 서점을 나올 때 빼곡히 적힌 노트를 보며, 내 하루가 드디어 세상의 속도를 조금씩 따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전전두엽피질이 편도체와 해마의 두려움에 맞서는 순간이었다.
‘마음이 요동칠 때 자존감보다 회복력’은 세명의 저자가 집필한 저서다. 심리학자이자 회복탄력성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세계적 권위자 스티븐 사우스윅은 인간이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데니스 샤니는 기분과 불안장애에 관한 신경생물학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며, 조너선 드피에로는 우울증 및 불안장애, 인지행동 등 정신건강 치료를 연구했다. 이 책의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생에서 몹시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회복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 그리고 이에 대답이 되는 핵심 요소를 10가지로 정리했다.
마음이 요동칠 때 자존감보다 회복력 l 스티븐 사우스윅 , 데니스 샤니 , 조너선 드피에로 지음, 장혜인 옮김(2024)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내게 글을 다시 쓰도록 독려해주신 한 기자님의 댁을 방문하면서였다. 그는 책장 속에 고이 품고 있던 책 중 약 40권을 선물로 주었다. 집에 와서 살펴보니 그중 많은 책이 트라우마와 마음 관리에 관한 책들이었다. 책을 찬찬히 살피며 마음 한쪽에 동질감이 들었다. 나만큼이나 자신의 마음과 싸웠던 사람. 그도 때로는 마음에서 도망치기도 하고, 그 사이에 벽도 세워보다가 이내 외롭게 벽 뒤에 서 있는 내면의 자신을 발견하고 넘어가 안아주었을 것이다.
저자들은 외상성 뇌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계획을 실천하기 어렵고, 극심한 기분 변화로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질환을 겪고 있지만 회복력과 관련된 기술을 연습하고 싶다면, 꼭 숙련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에게 수십권의 책들은 ‘숙련된 전문가’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글쓰기로 내면을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있는 그는 나와 같은 자립준비청년들이 글쓰기를 시작하도록 수업을 열어주었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상실의 소용돌이’에 빠지기 쉽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풍부한 사회적 지원망을 갖춘 사람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쳐도 손에 쥔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원이 부족한 사람은 상실의 자리를 돌보기 전에 식비와 주거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스스로가 가장이 되지 않으면 품거나 붙들어줄 안전망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복을 위해 잠시 멈출 여백이 부족하다. 이 책은 자원이 부족한 이들 앞에 놓인 회복의 길이 더 험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싱어송라이터 모유진
감사하게도 나는 상실의 소용돌이를 서서히 빠져나왔다. 물론 그 폭풍은 내 안에 존재하는 집을 폐허로 만들고, 치워야 할 쓰레기 더미를 잔뜩 남겨놓았다. 내 마음 안에 아무도 초대할 수 없도록. 나의 20대는 그 더미를 정리하며 보냈다. 아무것도 할 힘조차 없을 때는 대충 아무 조각 아래 기어들어가 잠을 자기도 하고, 갑자기 열정에 불타 조각들을 엮어 나름의 작품이라고 뿌듯해하기도 했다. 이제는 엉성하지만 제법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가 된 듯하다. 절망할 때마다 달려와 함께 치워준 누군가가 주위에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리고 있는 회복의 결말이 있다. 깊이 패어버린 상처 구덩이에 물이 메워지며, 수많은 동식물이 놀러 오는 호수가 되고, 갑작스레 넝마가 되어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여분의 방이 있는 마음의 공간. 그것이 내가 바라는 회복의 모습이다. 할 수 있는 한 작은 단서라도 찾아내 낙관적으로 상황을 극복하는 책의 사례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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